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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주3

길 - 김남주 길 김남주 길은 내 앞에 놓여 있다. 나는 안다, 이 길을, 이 길의 길이와 길이를 이 길의 역사를 나는 알고 있다. 이 길에서 어디쯤 가면 비탈로 바위산이 있다. 이 길 어디쯤 가면 가시로 사나운 총칼이 있다. 이 길 어디쯤 가면 여기가 너의 장소 너의 시간이다. 여기서 네 할일을 하라! 행동의 결단을 채찍질하는 고독의 검은 섬이 있다. 허나 어쩌랴 길은 가야 하고 언젠가는 누군가는 이르러야 할 길 가자, 가고 또 가면 이르지 못할 길이 없나니 가지 이 길을 가고 오지 말자 남의 땅 남의 것으로 빼앗겨 죽창 들고 나섰던 이길 제나라 남의 것으로 빼앗겨 화승총 들고나섰던 이길 다시는 제 아니 가고 길만 멀다 하지 말자 다시는 제 아니 가고 길만 험타 하지 말자 주려 학대 받은 자 모든 것의 주인 되는 길.. 2008. 11. 7.
돌멩이 하나 - 김남주 돌멩이 하나 김남주 하늘과 땅 사이에 바람 한 점 없고 답답하여라 숨이 막히고 가슴이 미어지던 날 친구와 나 제방을 걸으며 돌멩이 하나 되자고 했다 강물 위에 파문 하나 자그맣게 내고 이내 가라앉고 말 그런 돌멩이 하나 날 저물어 캄캄한 밤 친구와 나 밤길을 걸으며 불씨 하나 되자고 했다 풀밭에서 개똥벌레쯤으로나 깜박이다가 새날이 오면 금세 사라지고 말 그런 불씨 하나 그때 나 묻지 않았다 친구에게 돌에 실릴 역사의 무게 그 얼마일 거냐고 그때 나 묻지 않았다 친구에게 불이 밀어낼 어둠의 영역 그 얼마일 거냐고 죽음 하나 같이할 벗 하나 있음에 나 그것으로 자랑스러웠다 * tirol's thought 안치환의 노래로 몇번 들어본 적이 있지만 김남주의 시인 줄은 몰랐다. 오늘 아침 시로 다시 읽으니 노래로.. 2006. 6. 22.
티롤의 여섯번째 포임레러 [2002.12.12. THU. 티롤의 여섯번째 포임 레러~] ◈ tirol's greeting 열흘만에 여섯번째 시를 보냅니다. 세상에서 가장 먼거리가 머리에서 마음까지라지만 마음에서 팔다리까지의 거리도 만만치는 않은가 봅니다. 날이 제법 추워졌지요? 모든 건 원래 생겨먹은대로일때가 가장 좋은 법이지요. 그런데 날이 추워져서 그런지 하늘이 더 맑아보이더군요. 쨍하고 금이 갈듯이. =-=-=-=-=-=-=-=-=-=-=-=-=-=-=-=-=-=-=-=-=-=- ◈ today's poem 사랑은 김남주 겨울을 이기고 사랑은 봄을 기다릴 줄 안다 기다려 다시 사랑은 불모의 땅을 파헤쳐 제 뼈를 갈아 재로 뿌리고 천년을 두고 오늘 봄의 언덕에 한 그루 나무를 심을 줄 안다 사랑은 가을을 끝낸 들녘에 서서 사과.. 2002. 12.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