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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글판12

빛 - 이시영 빛 이시영 내 마음의 초록 숲이 굽이치며 달려가는 곳 거기에 아슬히 바다는 있어라 뜀뛰는 가슴의 너는 있어라 /이시영, 무늬 (문학과지성 시인선 137), 문학과지성사, 2001년 06월/ * tirol's thought 2007년 여름, '광화문 글판'으로 걸린 시. (실제 올라간 글은 조금 변용이 있었는데 조사와 일부 단어가 빠졌다.) 요즘 '내 마음의 숲'은 굽이치기는 커녕 밸밸 말라가고만 있는데 달려가고 싶기는 하다 거기에 아슬히 바다가 없어도 좋고 너가 없어도 좋다 내 마음의 목마른 숲은 달리고 싶다 푸르고 싶다 2007. 6. 13.
해마다 봄이 되면 - 조병화 해마다 봄이 되면 조병화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땅 속에서, 땅 위에서 공중에서 생명을 만드는 쉼 없는 작업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생명을 생명답게 키우는 꿈 봄은 피어나는 가슴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오,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나뭇가지에서, 물 위에서, 둑에서 솟는 대지의 눈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 tirol's thought 요 며칠 세차게 바람이 불었다. 제 아무리 거세도 봄바람은 봄바람인지라 바람.. 2006. 3. 14.
바람의 말 - 마종기 바람의 말 마종기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나무 하나 심어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모든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버릴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의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마종기 시집,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 문학과지성사, 1980/ * tirol's thought 출근길에 보니 교보생명 글판이 바뀌었다. 누구의 글인가 하고 찾아보니 마종기 시인의 글이다. 어떤 글들은 떨어져.. 2005. 9. 9.
흔들리며 피는 꽃 - 도종환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 tirol's thought 2004년 봄, 교보생명 광화문 글판에 걸렸던 시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며 피었나니 김용택은 '아픈데서 피지 않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고 하더니 도종환은 '흔들림'을 이야기한다. '흔들림'과 '아픔'을 생각하며 보는 꽃은 남다르다. 세상 천지가 꽃들로 가득한 봄날,.. 2005. 5. 3.
낯선 곳 - 고은 낯선 곳 고은 떠나라 낯선 곳으로 아메리카가 아니라 인도네시아가 아니라 그대 하루하루의 반복으로부터 단 한번도 용서할 수 없는 습관으로부터 그대 떠나라 아기가 만들어낸 말의 새로움으로 할머니를 알루빠라고 하는 새로움으로 그리하여 할머니조차 새로움이 되는 곳 그 낯선 곳으로 떠나라 그대 온갖 추억과 사전을 버리고 빈 주먹조차 버리고 떠나라 떠나는 것이야말로 그대의 재생을 뛰어넘어 최초의 탄생이다 떠나라 * tirol's thought 내친 김에 '교보생명 광화문 글판'에 인용되었던 시들을 찾아보고 있다. 고은 선생의 이 시는 1998년에 발췌 인용되었다. "떠나라 낯선 곳으로 그대 하루하루의 반복으로부터" 성경에도 이 비슷한 얘기가 창세기에 등장한다. 신의 음성을 따라 무작정 길을 떠나는 아브라함의 이야기.. 2005. 4. 29.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 정현종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정현종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때 그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때 그 사람이 그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 반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세계사, 1989/ Tracked from http://210.178.26.193/~weplus/tt/index.php?pl=105 * tirol's thought 교보문고 담벼락에 커다랗게 붙어있는 이 글귀를 보고 누구의 것인가 궁금해 했는데 정현종이었구나. 2005. 4.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