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어주는 남자

편지 1 - 이성복

tirol 2001. 9. 16. 20:00
편지 1

이성복

처음 당신을 사랑할 때는 내가 무진무진 깊은 광맥 같은 것이었나 생각해봅니다 날이 갈수록 당신 사랑이 어려워지고 어느새 나는 남해 금산 높은 곳에 와 있습니다 낙엽이 지고 사람들이 죽어가는 일이야 내게 참 멀리 있습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떠날래야 떠날 수가 없습니다

/문학과 지성 시인선, 이성복 시집'그 여름의 끝'/


* tirol's thought

이문세 노래 중에 '옛사랑'이란 노래가 있지. 그 노래 가사 중에...'사~랑이란게 지겨울 때가 있지...'라는 구절이 있지. 내게 지금 사랑은? 지겨우냐구? 내게 지금...사랑은 너무 멀리 있다. "낙엽이 지고 사람들이 죽어가는 일"만이 가까이 있을 뿐. 사랑이 나를 지겨워하기 시작한 걸까? "떠날래야 떠날 수 없는" 그런 사랑은 도데체 어떤 사랑인가? 아니, 이 나이가 되어서도 "사랑"이란 말을 되뇌고 있는 나는 도대체 언제나 철이 들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