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어주는 남자
엄마 걱정 - 기형도
tirol
2002. 11. 7. 00:00
엄마 걱정
기형도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기형도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 tirol's thought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가셨던 건 아니지만,
나도 '찬밥처럼 방에 담겨'
천천히 숙제를 하며
엄마를 기다리던 때가 있었다.
그 '서늘한 유년의 윗목'
요며칠 눈밑이 뻑뻑하다.
누가 옆에서 쿡 찌르면
울컥하고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아서
가득찬 물잔을 들고 다니듯이
조심조심 지내고 있다.
엄마 때문이냐고?
글쎄...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가셨던 건 아니지만,
나도 '찬밥처럼 방에 담겨'
천천히 숙제를 하며
엄마를 기다리던 때가 있었다.
그 '서늘한 유년의 윗목'
요며칠 눈밑이 뻑뻑하다.
누가 옆에서 쿡 찌르면
울컥하고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아서
가득찬 물잔을 들고 다니듯이
조심조심 지내고 있다.
엄마 때문이냐고?
글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