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어주는 남자

스며드는 것 - 안도현

tirol 2016. 7. 13. 16:05

스며드는 것


안도현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는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 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 source: http://m.asiae.co.kr/view.htm?no=2013071511053467473#cb


tirol's thought


이전에도 간장 게장을 썩 좋아하진 않았지만

이 시까지 읽고 난 마당에야...

앞으로 간장 게장 맛있게 먹긴 글러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