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어주는 남자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 정현종

tirol 2006. 8. 20. 17:16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정현종


그래 살아봐야지
너도 나도 공이 되어
떨어져도 튀는 공이 되어

살아봐야지
쓰러지는 법이 없는 둥근
공처럼, 탄력의 나라의
왕자처럼

가볍게 떠올라야지
곧 움직일 준비가 되어 있는 꼴
둥근 공이 되어

옳지 최선의 꼴
지금의 네 모습처럼
떨어져도 뛰어오르는 꼴
쓰러지는 법이 없는 공이 되어


* tirol's thought

일주일 간의 휴가를 마치고 내일 출근할 생각을 하니
지난 일주일이 참 길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턱없이 짧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휴가 동안은 내내 집에 머물렀다.
원래부터 어디를 갈 생각은 없었다.
가만히 쉬고 싶었다.
'재충전'을 위한 쉼도 아니고
그냥 아무 생각없이 쉬고 싶었다.
'대전역에서 잠시 내려 허겁지겁 밀어넣는 가락국수 한 접시' 같은 휴가이지만 마음 편히.

그래서 결국 지난 휴가 동안 한 일은,
- 내가 좋아하는 L형 내외를 집에 초대해서 함께 저녁 먹기
- 대학 동창인 Y와 후배 K에게 집 근처에 괜찮은 막걸리 집이 생겼다고 꼬드겨내서는
막걸리 한잔 걸치고 집에 와서 기타치고 노래부르며 놀기
- 아내 회사 앞에 가서 같이 점심 먹기
- 미술관 순례(리움의 '마크 로스코 전', 덕수궁 국립미술관의 '롭스&뭉크전')
- 절두산 천주교 순교 박물관 방문
- '노마디즘' 독서 토론회 참석
- 교보문고 가서 책 구경하고 팥빙수 먹기
- 늦게 일어나 혼자 뒹굴거리며 책읽고 음악듣고 비디오 보고 낮잠 자기.
- 일주일 동안 수염 안깍기
- 스케일링
- 머리깍기
- 저녁 해먹고 아내와 산책하기, 그리고 돌아와서 TV보면서 맥주 마시기.
(별로 한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적어놓고 보니 제법 많은 일을 한 것 같아서 다소 민망하긴 하지만 '뿌듯함'마저 느껴지려고 한다.^^)

이렇게 보낸 2006년의 여름휴가에 대해서 특별한 후회는 없지만
그래도 마지막 날이 되고 보니
어딘가로 떠나는 것도 괜찮았겠다는 약간의 아쉬움이 들기는 한다.
(혼자 집에서 뒹굴거리다보니 아무래도 이것저것 집안 일을 하지 않을 수 없고 - 그릇 수가 많고 적고를 떠나 때마다 밥먹고 설겆이 하는 일도 만만치 않은 일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게다가 도대체 방바닥의 머리카락은 어디서 그렇게 솟아(?) 나는 걸까? - 너무 익숙한 환경에서는 시간 또한 너무 익숙하게 스르르 지나가는 것 같다.)
내년 휴가엔 어딘가 좀 낯선 곳으로 떠나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낯선 곳을 헤매고 다니는 것은 말고, 낯선 곳에 가서 일단 자리를 잡은 후 뒹굴거리며 놀기^^)

그러나 저러나 이렇게 휴가는 끝나고
내일부터는 다시 '전장'으로!
새로이 마음을 가지런히 하고
정현종의 시를 읽으며 출근 준비 중.

그래 살아봐야지,
떨어져도 튀는 공이 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