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어주는 남자

개나리 - 이은상

tirol 2017. 4. 12. 14:16

개나리


이은상



매화꽃 졌다 하신 편지를 받자옵고

개나리 한창이라 대답을 보내었소

둘이 다 봄이란 말은,

차마 쓰기 어려워서



* tirol's thought


대학시절, 

좋아하던 여학생에게 용기를 내어 편지를 썼는데

이렇다 저렇다 아무 얘기도 없이

덜렁 시 한편을 답장으로 받은 기억이 난다. 

그때 그 답장에 있던 시가 바로 이 시. 

그때는 뭘 그리 에둘러가며 조심을 했었던 것인지...

(하긴 직접 보고 얘길하면 될 걸 뭔 편지를 -_-;; )

그래도 봄이 되고 개나리가 피면, 

가슴 두근거리며 편지를 쓰던 그 시절의 봄밤이,

그녀의 애매한 태도에 괴로워하며 반복해서 읽던 이 시가 

생각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