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 읽어주는 남자

행복론 - 최영미

by tirol 2002. 4. 15.
행복론

최영미


사랑이 올 때는 두 팔 벌려 안고
갈 때는 노래 하나 가슴속에 묻어놓을 것
추우면 몸을 최대한 웅크릴 것
남이 닦아논 길로만 다니되
수상한 곳엔 그림자도 비추지 말며
자신을 너무 오래 들여다보지 말 것
답이 나오지 않는 질문은 아예 하지도 말고
확실한 쓸모가 없는 건 배우지 말고
특히 시는 절대로 읽지도 쓰지도 말 것
지나간 일은 모두 잊어버리되
엎질러진 물도 잘 추스려 훔치고
네 자신을 용서하듯 다른 이를 기꺼이 용서할 것
내일은 또 다른 시시한 해가 떠오르리라 믿으며
잘 보낸 하루가 그저 그렇게 보낸 십년 세월을
보상할 수도 있다고, 정말로 그렇게 믿을 것
그러나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고
인생은 짧고 하루는 길더라


* tirol's thought

애인과 이별 후 버려야할 열가지
첫째.. 사랑했던 기억 /둘째.. 다시 올꺼라는 기대 /셋째.. 내가 아니면 안될꺼라는 자만 /넷째.. 친구로라도 함께 하고픈 욕심 /다섯째.. 오랫동안 기억해주길 바라는 이기심 /여섯째.. 다른 사람 만나지않길 바라는 희망 /일곱째.. 함께하며 해주지 못한 것들에 대한 후회 /여덟째.. 우연을 바라는 집착 /아홉째.. 사랑할수 밖에 없었다고 생각하는 당위성 /열번째.. 아직도 생각하는 미련

뭐, 이 낙서나 이 시나...매한가지 아니겠나?

'시 읽어주는 남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흰 바람벽이 있어 - 백석  (0) 2002.05.13
할머니 편지 - 이동진  (0) 2002.04.26
사랑노래 5 - 김용택  (0) 2002.04.12
길에 관한 독서 - 이문재  (0) 2002.03.13
2월 - 이외수  (0) 2002.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