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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남자

티롤의 열네번째 포임레러

by tirol 2006. 12. 17.
[2006.12.17. SUN. 티롤의 열네번째 포임 레러~]
 
 tirol's greeting
 
마지막으로 포임 레러를 보낸 게 언젠가 되짚어 보니
벌써 삼년이 넘었네요.
삼년 만에 쓰는 편지라니!
생뚱맞다고 해야할지 무모하다고 해야할지...
그래도 언젠가부터 늘
다시 한번 써야지, 써야지 그러고 있었습니다.
사람의 만남이란 마음이 있으면 언젠가는
그게 이르던 늦던 만나게 된다는 걸 믿습니다.
포기하지 않는다면 말이지요.
 
지난 삼년간 무슨일이 있었나를 돌아봅니다.
많은 일들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또 아무 일도 없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결국 그때나 지금이나,
어디 사람이 쉽게 변하나요.
그러니까 아직도 이런 편지를 쓰고 있지요.
 
당신의 2006년 한해는 어떠셨는지요?
당신에게 벌어진 많은 일들,
그렇지만 또 쉽게 변하지 않는 당신의 소식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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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oday's poem
 
어느 날 내가 이곳에서 가을강처럼
 
문태준
 
 
내 몸을 지나가는 빛들을 받아서 혹은 지나간 빛들을 받아서
가을강처럼 슬프게 내가 이곳에 서 있게 될 줄이야
격렬함도 없이 그냥 서늘하기만 해서 자꾸 마음이 결리는 그런 가을강처럼
저물게 저물게 이곳에 허물어지는 빛으로 서 있게 될 줄이야
주름이 도닥도닥 맺힌 듯 졸망스런 낯빛으로 어정거리게 될 줄이야
 
/문태준 시집, 가재미, 문학과지성사, 2006년 7월/
 
=-=-=-=-=-=-=-=-=-=-=-=-=-=-=-=-=-=-=-=-=-=-=-=-=-=-=-=-=-=-=-=-=-=-=-=-=
 
◈ Closing
 
삼년만에 다시 보내는 편지라서
누구에게 보내야 할지
아직 수신자 리스트를 정하지 못했습니다.
삼년 전에 받아보신 분들도 있을테고
새로 받아보시는 분들도 계시겠지요.
너무 오랫만에 받아보는 거라서
또는 처음으로 받아보는 거라서
당황하지 않으시길 빕니다.
 
아울러 열다섯번째 포임레러는 언제 보내겠다고
기약하지는 못하겠습니다.
(가능하면 삼년은 넘기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남은 2006년 마무리 잘 하시고
복된 새해 맞으시길 빕니다.
 
* 티롤의 블로그 가 보기: http://tirol.miree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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