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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남자

칠 일째 - 이응준

by tirol 2003. 7. 20.
칠 일째

이응준


카프카는 체코어로 까마귀라는 뜻이다.
나는 열여덟에
그런 이름을 가지고 싶었다.

타클라마칸은 위구르어로
한번 들어가면 영원히 빠져나올 수 없는 곳이라는 뜻이다.
나는 서른이 되던 날 밤
차라리 그런 이름이었으면 했다.

바이러스는 라티어로 毒이라는 뜻이다.
나는 요즘 그런 이름으로 지낸다.

납인형 같은 生이 經을 덮고
칠일째 아무 말도 않고 있다.

이 세계를 소독할 유황불을 기다리고 있다.

/이응준 시집, 낙타와의 장거리 경주, 세계사, 2002/


* tirol's thought

나는 요즘 무슨 이름으로 지내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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