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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남자

저물어가는 강마을에서 - 문태준

by tirol 2005. 2. 23.
저물어가는 강마을에서

문태준


어리숙한 나에게도 어느 때는 당신 생각이 납니다
당신의 눈에서 눈으로 산그림자처럼 옮겨가는 슬픔들

오지항아리처럼 우는 새는 더 큰 항아리인 강이 가둡니다

당신과 나 사이
이곳의 어둠과 저 건너 마을의 어둠 사이에
큰 둥근 바퀴 같은 강이 흐릅니다

강 건너 마을에서 소가 웁니다
찬 강에 는개가 축축하게 젖도록 우는 소를 어찌할 수 없습니다
낮 동안 새끼를 이별했거나 잃어버린 사랑이 있었거나
목이 쉬도록 우는 소를 어찌할 수 없습니다
우는 소의 희고 둥근 눈망울을 잊을 수 없습니다

어리숙한 나에게도 어느 때는 당신 생각이 납니다


* tirol's thought

'는개'가 뭔가 하고 찾아봤더니 '안개처럼 부옇게 내리는 가는 비'라고 한다.
는개가 축축하게 젖도록 우는 소의 모습이라...
몇번을 읽다보니 언제부터 젖었는지 모르게 마음이 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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