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 읽어주는 남자

저물 무렵 - 최갑수

by tirol 2003. 9. 8.
저물 무렵

최갑수


일찍 나온 별은
슬프다
오늘은
녹슨 슬레이트 지붕 하나를 감싸안기에도
파라락 파라락
힘에 겨운 저 별
어제는, 사랑에 관해
이제나 저제나
망설이기만 하고 있던 저 별

나를 비추는 저 별까지는
얼마나 먼가
누군가를 위해 울어주던
그 옛날 그 어느 날까지는
별아, 또 얼마만큼이나 먼가


* tirol's thought

어제는 M과 술을 마셨다.
어제 일이 잘 생각 안난다고 M이 문자 메세지를 보내왔다.
전화를 걸어서 '별 일 없었다'고 얘기해주었다.
사실 '별 일'도 없었지만 '별 말'도 없었다.
그냥 편하게 떠들며 마셨다.
즐거운 술 자리는 '어떤 얘기를 하는가' 가 아니라 '어떤 분위기인가'에 따라 정해진다.

'시 읽어주는 남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양떼 염소떼 - 이문재  (0) 2003.09.21
바람에도 길이 있다 - 천상병  (0) 2003.09.18
사랑은 불협화음 - 박상우  (0) 2003.08.08
그날, 정림사지 5층 석탑 - 황동규  (0) 2003.07.29
떨림 - 강미정  (0) 2003.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