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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남자

왼쪽 비는 내리고 오른쪽 비는 내리지 않는다 - 이수명

by tirol 2009. 9. 30.
왼쪽 비는 내리고 오른쪽 비는 내리지 않는다

이수명


내가 너의 손을 잡고 걸어갈 때
왼쪽 비는 내리고 오른쪽 비는 내리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언제나 너무 많은 손들이 있고
나는 문득 나의 손이 둘로 나뉘는 순간을 기억한다.

내려오는 투명 가위의 순간을

깨어나는 발자국들
발자국 속에 무엇이 있는가
무엇이 발자국에 맞서고 있는가

우리에게는 언제나 너무 많은 비들이 있고
왼쪽 비는 내리고 오른쪽 비는 내리지 않는다.

내가 너의 손을 잡고 걸어갈 때
육체가 우리에게서 떠나간다.
육체가 우리를 쳐다보고 있다.

우리에게서 떨어져나가 돌아다니는 단추들
단추의 숱한 구멍들

속으로

왼쪽 비는 내리고 오른쪽 비는 내리지 않는다.


* source: http://h21.hani.co.kr/arti/COLUMN/68/25791.html (<세계의 문학> 2009년 가을호 )


* tirol's thought

내 블로그의 이름과 동일한 제목을 가진 한겨레 21의 칼럼에 실린 시.
'시 읽어주는 남자' 신형철씨가 한 달에 두번씩 시를 읽어준다.
신형철씨는 '김현의 현현'이라는 상찬을 받을만큼 문단에서 알아주는 평론가다.
그에 비하면 티롤은?
시 읽는 그냥 직장인.
기분 내키면 하루에 두 세번씩 읽어주기도 하고
또 몇 달씩 죽은 듯 잠수를 타기도 하는.

떨리는 마음으로
우산을 함께 써 본지가 언제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아서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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