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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남자

오리(五里) - 우대식

by tirol 2006. 2. 6.
오리(五里)

우대식


오리(五里)만 더 걸으면 복사꽃 필 것 같은
좁다란 오솔길이 있고,
한 오리만 더 가면 술누룩 박꽃처럼 피던
향(香)이 박힌 성황당나무 등걸이 보인다
그곳에서 다시 오리,
봄이 거기 서 있을 것이다
오리만 가면 반달처럼 다사로운
무덤이 하나 있고 햇살에 겨운 종다리도
두메 위에 앉았고
오리만 가면
오리만 더 가면
어머니, 찔레꽃처럼 하얗게 서 계실 것이다


* tirol's thought

날이 춥다.
하지만 오리 밖에 봄이 서 있다는 걸 생각해보면 참지 못할 것도 없다.
달력에 자그맣게 적혀있는 절기들은 저 산길 너머에 뭐가 있는지를 알려주는 이정표다.
지난 토요일이 입춘이었단다.
'오리만 가면
오리만 더 가면'

봄이다.

이 시를 고른 시인을 따라 나도 입춘방을 붙여본다.

壽如山 富如海
산처럼 건강하고 바다처럼 넉넉하시라




* source: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2006.2.4)'
** photo: http://blog.naver.com/yejjjang?Redirect=Log&logNo=14000375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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