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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남자

오늘의 노래ㅡ故 이균영 선생께 - 이희중

by tirol 2007. 9. 4.
오늘의 노래ㅡ故 이균영 선생께

이희중


심야에 일차선을 달리지 않겠습니다
남은 날들을 믿지 않겠습니다
이제부터 할 일은, 이라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건강한 내일을 위한다는 핑계로는
담배와 술을 버리지 않겠습니다
헤어질 때는 항상
다시 보지 못할 경우에 대비하겠습니다

아무에게나 속을 보이지 않겠습니다
심야의 초대를 기다리지 않겠습니다
신도시에서는 술친구를 만들지 않겠습니다
여자의 몸을 사랑하고 싱싱한 욕망을 숭상하겠습니다
건강한 편견을 갖겠습니다
아니꼬운 놈들에게 개새끼, 라고 바로 지금 말하겠습니다
완전과 완성을 꿈꾸지 않겠습니다
그리하여 늙어가는 것을 마음 아파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오늘 살아 있음을 대견해하겠습니다
어둡고 차가운 곳에서 견디기를 더 연습하겠습니다
울지 않겠습니다

/이희중, 참 오래 쓴 가위 문학동네 시집 61, 문학동네, 2002년 04월/


* tirol's thought

인생을 '어깃장'으로 살 수는 없겠지만
때론 '어깃장'이라도 놓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순간이 있기도 하다.
시인의 '어깃장'을 읽는 마음이 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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