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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남자

시월 - 황동규

by tirol 2006. 11. 21.
十 月

황동규


1
내 사랑하리 시월의 江물을
夕陽이 짙어가는 푸른 모래톱
지난날 가졌던 슬픈 旅程들을, 아득한 기대를
이제는 홀로 남아 따뜻이 기다리리.

2
지난 이야기를 해서 무엇하리
두견이 우는 숲새를 건너서
낮은 돌담에 흐르는 달빛 속에
울리던 木琴소리 木琴소리 木琴소리

3
며칠내 바람이 싸늘히 불고
오늘은 안개 속에 찬 비가 뿌렸다
가을비 소리에 온 마음 끌림은
잊고 싶은 약속을 못다한 탓이리.

4
아늬,
石燈 곁에
밤 물소리

누이야 무엇하나
달이 지는데
밀물지는 고물에서
눈을 감듯이

바람은 四面에서 빈 가지를
하나 남은 사랑처럼 흔들고 있다

아늬,
石燈 곁에
밤 물소리.

5
낡은 丹靑 밖으로 바람이 이는 가을날, 잔잔히 다가오는 저녁 어스름. 며칠내 며칠내 낙엽이 내리고 혹 싸늘히 비가 뿌려와서……절 뒷울 안에 서서 마음을 내려다보면 낙엽지는 느릅나무며 우물이며 초가집이며 그리고 방금 켜지기 시작하는 燈불들이 어스름 속에서 알 수 없는 어느 하나에로 합쳐짐을 나는 본다.

6
창 밖에 가득히 낙엽이 내리는 저녁
나는 끊임없이 불빛이 그리웠다
바람은 조금도 불지를 않고 燈불들은 다만 그 숱한 鄕愁와 같은 것에 싸여 가고 주위는 자꾸 어두워 갔다
이제 나도 한 잎의 낙엽으로 좀 더 낮은 곳으로, 내리고 싶다


* tirol's thought

시월에 올려야지 하고 생각한 시인데
이제서야 올린다.
'내 사랑하리 시월의 강물을'로 시작하는 첫연이
난 참 맘에 든다.

아침 출근 길에 보니
나무마다 노란 은행잎들이 장관이었다.
언젠가 본듯한 풍경,
계절마다  해마다
조금씩 결을 달리하며 갑자기 닥쳐오는
비슷하고도 다른 풍경들.

창 밖에 가득히 낙엽이 내리는 저녁엔
나도 끊임없이 불빛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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