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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남자

선우사膳友辭 - 백석

by tirol 2011. 3. 9.

선우사膳友辭
_함주시초4

백석


낡은 나조반에 흰밥도 가재미도 나도 나와 앉어서
쓸쓸한 저녁을 맞는다

흰밥과 가재미와 나는
우리들은 그 무슨 이야기라도 다 할 것 같다
우리들은 서로 미덥고 정답고 그리고 서로 좋구나

우리들은 맑은 물밑 해정한 모래톱에서 하구 긴 날을 모래알만 헤이며 잔뼈가 굵은 탓이다
바람 좋은 한벌판에서 물닭이 소리를 들으며 단이슬 먹고 나이 들은 탓이다
외따른 산골에서 소리개소리 배우며 다람쥐 동무하고 자라난 탓이다

우리들은 모두 욕심이 없어 희어졌다
착하디 착해서 세괏은 가시 하나 손아귀 하나 없다
너무나 정갈해서 이렇게 파리했다

우리들은 가난해도 서럽지 않다
우리들은 외로워할 까닭도 없다
그리고 누구 하나 부럽지도 않다

흰밥과 가재미와 나는
우리들이 같이 있으면
세상 같은 건 밖에 나도 좋을 것 같다


* source: http://grimja5670.egloos.com/5431108

* tirol's thought

대학 시절, 연극을 준비하느라 겨울 방학 동안 묵었던 하숙집에선 유난히 가재미 구이가 반찬으로 많이 나왔다. 납작하게 생겨서는 살이 많지 않고 맛은 그냥 백지 같았다. 가격이 싸서 하숙집 아주머니가 상에 많이 올리는가보다 했다.
불현듯 그때 그 가재미 구이가 먹고 싶다. 그러고보니 나는 집에서 가재미 구이를 먹어본 적이 한 번도 없는 것 같다.
흰밥과 가재미와 함께 하면 정말 서럽지도 않고 외롭지도 않을까?
백석의 시를 읽으니 정말 그럴 것도 같다.

* 더 읽어볼만한 글: http://blog.daum.net/october70/116670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