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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남자

낙타 2 - 김충규

by tirol 2005. 6. 14.
낙타 2

김충규


목마름을 참은 만큼 낙타의 혹은 더 불룩하게 솟는다. 스스로를 가혹하게 다스린 낙타만이 사막을 덤으로 얻어 횡단할 수 있는 법. 사막에서 군락을 이루고 있는 선인장들이 제 속의 어둠을 가시로 밀어내고 견디는 것처럼 낙타는 제 등의 혹으로 인해 견디는 짐승이다. 그의 유순함은 견딤의 과정에서 얻은 상처이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는 자는 들어라. 낙타의 두 눈이 오아시스로 출렁거리고 있다. 빠른 속도에 대한 극도의 경멸 끝에 낙타는 쉬엄쉬엄 걷고도 위엄을 터득했다. 사막에 뒹구는 고행자의 인골들, 그들의 죽음은 목마름에 대한 참지 못할 조급증과 스스로를 가혹하게 다스리지 않아 비롯된 것. 사막을 건너가려면 자신을 버리고 한 마리 낙타가 되어 터벅터벅 걸어야 한다. 등에 혹이 불룩하게 솟을 때까지 걸어야 한다. 낙타가 된다는 것은 자신의 고통에 정직해지는 것이다

Tracked from http://blog.naver.com/gulsame/40014010114

* tirol's thought

내가 참아야할 것들과 참을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본다. 그러나 인생의 사막이 잔인한 건 이런 생각을 하는 도중에도 걸음을 멈출 수 없다는 것이다. 내 생각의 결론과 상관없이 매 순간 째깍째깍 걸어가야만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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