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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라면

휴가

by tirol 2006. 2. 14.
지난 목요일과 금요일에는 이틀간 휴가를 냈었다. 이번 期가 끝나는 3월말까지 내가 쓸 수 있는 특별 휴가는 5일. 그 중 이틀은 지난 여름에 쓰고 남은 3일 중에 이틀을 쓴 것이다. 이번주에 있는 이사날을 전후에서 3일을 쓸까 생각도 해봤으나 그렇게 되면 쉬기 보다는 일만하다 말 것 같아서 미리 이틀의 휴가를 내기로 작심을 했는데, 제 꾀에 제가 넘어간다는 게 이런 것일까, 휴가 첫날인 목요일에 된통 몸살이 나서 낑낑 앓다가 휴가를 다 보내버렸다. 오호 통재라.
왜 갑자기 그렇게 몸살이 났을까 생각을 해보면 아내가 출장 간 사이의 부실한 영양 공급과 지속적이고 과도한 음주, 추운 집안 환경, 갑작스런 긴장 이완 등이 그 원인이 아닐까 싶다.
어쨌든 목요일 아침엔 정말 끔찍했다. 눈을 뜨고 일어나려고 하는데 몸이 내 마음대로 움직여지질 않는거다. 식은 땀이 흐르고, 속은 뒤틀리고, 머리는 지끈대고, 다리는 후둘거렸다. 그래서 조금 더 누워있으면 되겠지 싶었는데, 웬걸 증상은 점점 더 심해지고 계속 이렇게 누워있다간 큰일 나겠다 싶어서 간신히 세수를 하고 병원엘 다녀왔다. 죽을 조금 먹고 약을 먹은 후 다시 누워서 비몽사몽. 그렇게 휴가 첫날을 다 보냈다.
금요일 아침엔 다행이 조금 기력이 나서 도봉동 어머니 댁엘 갔다. 가서 밥을 먹고 조금 더 기운을 내서 오후엔 용산에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엘 다녀왔다. 다 둘러보지는 못하고 회화와 자기 전시실만 두어 시간 둘러봤다.
휴가를 마치고 월요일에 출근을 하니 사람들이 휴가 기간 중에 뭘 했냐고 물어본다. '아펐다'라고 대답하는 날 바라보는 사람들의 표정이 참 애매모호하다. '안됐다'라는 표정 같기도 하고 '한심하다'라는 표정같기도 하고...
그러고 보면 지난 여름에 냈던 휴가 때도 아내가 휴가를 낼 수 없어서 혼자 무더운 집안에서(아마도 올 여름 중 가장 더운 때 쯤이었을 것이다.) '덥다, 더워'를 연발하며 책만 읽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남은 휴가 삼일 중 이틀은 이렇게, 마지막 남은 하루는 이사를 위해 쓰게 될 것이다. 다소 허망하다.
내년 휴가는 좀 제대로 보내보리라.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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