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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 어린 시절 국에서 건져낸 파의 복수인가 남들은 식은 국 넘기듯 후루룩 파를 잘도 하던데 드라이버 잘 맞으면 아이언이 삐끗 아이언 잘 맞으면 어프로치 철퍼덕 어프로치 제대로면 짧거나 긴 퍼팅 파 건져 보겠다고 밥상 위에 젓가락 맞추듯 타아탁 골프채 두드리며 상 받고 상 물리니 벌써 십팔 홀 남들은 식은 죽 먹듯 파도 하고 버디도 하던데 파도 못 건지고 양파만 수두룩한 내 밥상 앞으로 먹나봐라 짜장면 먹을 때 양파 2023. 8. 5.
해저드 해저드 눈을 감고 치면 좀 나으려나 없는 것과 없다고 치는 것 사이는 얼마나 먼가 마음과 몸 사이의 거리는 또 얼마나 먼가 공은 공이고 나는 나건만 내가 치는 공이 어쩌자고 나처럼 물을 두려워하는가 이번엔 건너보자 없다고 치고 눈감았다 치고 힘빼고 빽 부드럽게 딱 한 뼘이 모자라네 물 속으로 꼬르륵 공은 물을 두려워하는게 아니라 사랑하는 건지도 몰라 물이 공을 부르는 건지도 몰라 노래하는 세이렌처럼 다음엔 귀를 막고 쳐볼까 그러면 좀 나을까 그나저나 해저드티는 어딘가 저 물을 보고 다시 한번 치라고? 2023. 8. 5.
슬라이스 슬라이스 꿀을 발라놨나 지남철을 붙여놨나 천관녀의 집을 찾아가는 김유신의 말도 아니고 자알 나가는 것 같다가 결국 오른쪽 그것도 오비 힘을 주고 쳐봐도 힘을 빼고 쳐봐도 왼발 위치를 옮겨봐도 그립을 바꿔 잡아봐도 소용없다 젠장 아예 방향을 좀 바꿔봐 그렇다고 말도 안되게 왼쪽을 볼 수는 없잖아 딱 맞혀서 똑 바르게 보내는 게 뭐 그렇게 어려운 거라고 자 그래도 다시 한번 숨을 가다듬고 천천히 에에델바아이스 딱 어어어 이번엔 왼쪽 흰 말뚝 너머로 날아간 공 이번 홀은 왼쪽이 오비 오른쪽이 해저드라네 그래도 혹시 모르니 한번만 더 쳐보면 안될까 2023. 7. 25.
11월의 나무 - 황지우 11월의 나무 황지우 11월의 나무는, 난감한 사람이 머리를 득득 긁는 모습을 하고 있다 아, 이 생이 마구 가렵다 주민등록번호란을 쓰다가 고개를 든 내가 나이에 당황하고 있을 때, 환등기에서 나온 것 같은, 이상하게 밝은 햇살이 일정 시대 관공서 건물 옆에서 이승 쪽으로 측광을 강하게 때리고 있다 11월의 나무는 그 그림자 위에 가려운 자기 생을 털고 있다 나이를 생각하면 병원을 나와서도 병명을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처럼 내가 나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11월의 나무는 그렇게 자기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나는 등뒤에서 누군가, 더 늦기 전에 준비하라고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했다 * tirol's thought 겨.. 2022. 11. 18.
우리들의 시간 - 박경리 우리들의 시간 박경리 목에 힘주다 보면 문틀에 머리 부딪혀 혹이 생긴다 우리는 아픈 생각만 하지 혹 생긴 연유를 모르고 인생을 깨닫지 못한다 낮추어도 낮추어도 우리는 죄가 많다 뽐내어본들 도로무익(徒勞無益) 시간이 너무 아깝구나 tirol's thought 목에 힘주고 다니다 머리를 부딪혀 혹이 생긴 자들이 자꾸만 부딪히다 보니 혹이 단단해져 뿔이 된 건 아닐까 반성은 커녕... 깨달음은 무슨... 혹에 혹이 더해져 단단해진, 도깨비뿔을 단 자들. 혹이 뿔이 되기 전에 반성을 하자 '낮추어도 낮추어도/ 우리는 죄가 많다' 나도 그렇다. 2022. 11. 3.
2022. 11. 2. “야, 이 개XX들아~” 어제 저녁 얼핏 잠이 들었나 싶었는데, 아내가 방으로 들어와 묻는다. 무슨 잠꼬대를 그렇게 하느냐고, 무슨 꿈을 꾸었길래 그런 욕을 하느냐고. 무슨 꿈을 꾸었는지, 희미하지만 알 것도 같다. 왜 그런 꿈을 꾸었는지 생각해보니, 그런 꿈을 안 꾸었더라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인 것 같기도 하다. 2022. 1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