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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2

포장마차는 나 때문에 - 권혁웅 포장마차는 나 때문에 권혁웅 견디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당신은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있는 것이다 포장마차 가본 게 언제인가 포장마차는 나 때문에 견디고 있을 것이다 크기에 빗댄다면 대합탕 옆에 놓인 소줏잔 같을 것이다 방점처럼, 사랑하는 이 옆에서 그이를 중요한 사람으로 만드는 바로 그 마음처럼 참이슬은 조각난 조개의 조변석개를 안타까워할 것이다 천막을 들추고 들어가는 들큼한 취객의 등이여, 당신도 오래 견딘 것인가 소주병의 푸른빛이 비상구로 보이는가 옆을 힐끗거리며 나는 일편담심 오리지널이야, 프레쉬라니, 저렇게 푸르다니, 풋, 이러면서 그리움에도 등급을 매기는 나라가 저 새벽의 천변에는 희미하게 빛나고 있을 것이다 언제든 찾아갈 수 있지만 혼자서는 끝내 가지 않을 혼자라서 끝내 갈 수 없는 나라가 저.. 2019. 7. 13.
저녁 스며드네 - 허수경 저녁 스며드네 허수경 ​ 잎들은 와르르 빛 아래 저녁 빛 아래 물방울은 동그르 꽃 밑에 꽃 연한 살 밑에 먼 곳에서 벗들은 술자리에 앉아 고기를 굽고 저녁 스며드네, ​ 한때 저녁이 오는 소리를 들으면 세상의 모든 주막이 일제히 문을 열어 마치 곡식을 거두어들이는 것처럼 저녁을 거두어들이는 듯했는데, ​ 지금 우리는 술자리에 앉아 고기를 굽네 양념장 밑에 잦아든 살은 순하고 씹히는 풋고추는 섬덕섬덕하고 저녁 스며드네, ​ 마음 어느 동그라미 하나가 아주 어진 안개처럼 슬근슬근 저를 풀어놓는 것처럼 이제 우리를 풀어 스며드는 저녁을 그렇게 동그랗게 안아주는데, ​ 어느 벗은 아들을 잃고 어느 벗은 집을 잃고 어느 벗은 다 잃고도 살아남아 고기를 굽네 불 옆에 앉아 젓가락으로 살점을 집어 불 위로 땀을 흘리.. 2019. 7.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