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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을 이용한 시 낭송회를 열었습니다 어제 (2/21, 토) 저녁에 줌을 이용해서 시 낭송회를 열었습니다. 저를 빼고 7분이 참여해 주셨고 저녁 8시부터 시작해서 9시 반까지 한 시간 반 가량 진행되었습니다. 시 낭송회를 열겠다고 얘기를 해놓고 '이걸 어떻게 해야하나? 참여할 사람은 있을까? 무슨 얘기를 하지?' 걱정만 한 가득이었는데, '무사히'(!) 잘 마쳤습니다. 30분 정도 돌아가면서 자기 소개를 하고 이어서 각자 준비해 온 시를 읽었습니다. 눈으로만 읽던 시를 소리내어 읽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근사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 자기의 색깔대로 낭송하는 시는 활자로 보는 시와는 전혀 다르게 느껴지더군요. 시 낭송을 들은 다음에는 좋았던 점이나 느낀 점, 또 시와 관련한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눴습니다. 그렇게 순서를 진행하다 보니 한 시간.. 2021. 2. 21.
統營 - 백석 統營 백석 녯날에 統制使가 있었다는 낡은 港口의 처녀들에겐 녯날이 가지 않은 千姬라는 이름이 많다 미역오리같이 말라서 굴껍지처럼 말없이 사랑하다 죽는다는 이 千姬의 하나를 나는 어늬 오랜 客主집의 생선가시가 있는 마루방에서 만났다 저문 六月의 바닷가에선 조개도 울을 저녁 소라방등이 불그레안 마당에 김냄새 나는 비가 나렸다 2021. 2. 21.
燈明洛迦寺 못 가 보았네 - 이진명 燈明洛迦寺 못 가 보았네 이진명 저 멀리 바다 언덕 해송숲에 가린 등명락가사 갔다와 본 이들은 모두가 입을 모아 소리한다 아, 거긴 정말, 정말 거긴 거기는 꼭, 다시 한 번 꼬옥 부신 등을 금방 켠 듯 눈에 부신 등빛을 담고 잘 알려지지 않은 거기를 다시 꿈꾼다 등명락가사 갔다와 보지 못한 나는 무슨 큰 어두움에 몰리듯 부신 등빛 괴로워한다 흔들리며 흔들리며 등명락가사를 외운다 깊은 바다를 옆에 끌고 억겁을 일어서는 燈明樂 아니다, 우연한 여름날 뜨거운 햇살의 소용돌이 속에 눈감아 나도 등명락가사를 갔다와 본 적이 있다 검게 이운 해송숲 고속도로 바다쪽으로 돌며 꺾어진 뜻밖의 작은 길 하나 비치는 옷처럼 암벽이 드러나고 암벽 자락에 파란 숨은꽃처럼 마법처럼 * source: m.blog.naver.co.. 2021. 2. 21.
가족 - 김후란 가 족 김후란 거치른 밤 매운 바람의 지문이 유리창에 가득하다 오늘도 세상의 알프스산에서 얼음꽃을 먹고 무너진 돌담길 고쳐 쌓으며 힘겨웠던 사람들 그러나 돌아갈 곳이 있다 비탈길에 작은 풀꽃이 줄지어 피어 있다 멀리서 가까이서 돌아올 가족의 발자국 소리가 피아니시모로 울릴 때 집안에 감도는 훈기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 * source: m.blog.daum.net/barbara50/7476951 2021. 2. 21.
따뜻한 가족 - 김후란 따뜻한 가족 김후란 하루해가 저무는 시간 고요함의 진정성에 기대어 오늘의 닻을 내려놓는다 땀에 젖은 옷을 벗을 때 밤하늘의 별들이 내 곁으로 다가와 벗이 되고 가족이 된다 우연이라기엔 너무 절실한 인연 마음 놓고 속내를 나눌 사람 그 소박한 손을 끌어안는다 별들의 속삭임이 나를 사로잡을 때 어둠을 이겨낸 세상은 다시 열려 나는 외롭지 않다 언젠가는 만날 날이 있을 것으로 믿었던 그대들 모두 은하(銀河)로 모여들어 이 밤은 우리 따뜻한 가족이다 * source: www.hankyung.com/life/article/2015021520001 2021. 2. 21.
오지 않은 사람 - 이선외 오지 않은 사람 이선외 방안 가득 꽃이 피었다. 오지 않은 사람 꽃이 피었다. 오지 않은 사람이 탁자 곁에 머물러있다. 오지 않은 불빛이 흐른다. 오지 않은 사람의 눈빛을 바라본다 오지 않은 사람의 손톱을 깎는다. 오지 않은 사람의 밥상을 차린다. 오지 않은 사람과 소풍을 간다. 오지 않은 사람과 싸운다. 오지 않은 사람과의 약속 때문에 운다. 오지 않은 사람을 위해 춤을 춘다. 오지 않은 사람의 눈은 붉다. 오지 않은 사람은 울타리 밖의 텃밭 오지 않은 사람은 내가 마신 커피 향 마루 가득 오지 않은 사람들 추울 때 피는 꽃이 진짜 봄꽃이다. 2021. 2.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