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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손

유홍준


오동나무 밑을 지나가는데 아이 하나가 다가온다
동그랗게 말아 쥔 아이의 손아귀에서
매미 울음소리가 들린다
얘야 그 손
풀어
매미 놓아주어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너 평생 우는 손으로 살아야 한단다

/시안 2004 가을호/


* tirol's thought

세상은 나에게 움켜쥐어야 한다고 가르친다. 울음소리 따윈 신경쓸 필요없다고. 네 손에 쥔 것만이 네 것이니, 행여 손을 풀거나 하면 안된다고.
하지만 시인은 놓아주라고 말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평생 우는 손으로 살거라고.
무엇이든 절대 움켜쥐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싶진 않다. 때론 잡고 싶은 것들도 있을테고, 내가 놓아주기 싫어도 움켜쥘 힘이 없서 놓아버려야만 하는 것들도 있을 것이다. 잡기도 하고 놓기도 하고 흘려보내고 다시 받아들이고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좋지 않은가 하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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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프로필사진 늘꿈속 쥔장께선 시에서 '움켜 쥠'을 보셨군요.

    전 '매미와 그의 생명'을 보았습니다.
    긴 기다림 끝에 대기 중에 외치는 그의 울음을...
    2005.04.23 11:20
  • 프로필사진 그때그넘 방명록에 제가 쓴 글의 답글에 대한 부연 같네요. 저도 티롤님의 나이가 되면 그런 생각으로 세상을 좀 너그럽게 바라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의식적으로 바라고 있느냐 하면 그런건 아니지만요. 그 역시 내버려 두어야 하는 걸까요. 2005.04.25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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