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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남자

흔적 - 정희성

by tirol 2005. 3. 22.
흔적

정희성


어머니가 떠난 자리에
어머니가 벗어놓은 그림자만 남아있다
저승으로 거처를 옮기신 지 2년인데
서울특별시 강서구청장이 보낸
체납 주민세 납부 청구서가 날아들었다
화곡동 어디 자식들 몰래 살아 계신가 싶어
가슴이 마구 뛰었다


/계간 '생각과느낌', 2004,겨울/


* tirol's thought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시다. 잘못 배달된 구청의 청구서를 받고, 돌아가신 어머니가 화곡동 어디 자식들 몰래 살아 계신가 싶어 가슴이 뛰는 아들. 머리로 아무리 안다고 해도 가슴이 뛰는 걸 어쩌겠는가. 고백하자면, 나도 티브이나 영화 같은 걸 보다가 우리 아버지가 이 땅 어디 나 몰래 살아 계신 건 아닌가 싶어질 때가 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