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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가 먹고 싶다

이상국


사는 일은
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지만
때로는 허름한 식당에서
어머니 같은 여자가 끓여주는
국수가 먹고 싶다

삶의 모서리에서 마음을 다치고
길거리에 나서면
고향 장거리 길로
소 팔고 돌아오듯
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싶다

세상은 큰 잔칫집 같아도
어느 곳에선가
늘 울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

마음의 문들은 닫히고
어둠이 허기 같은 저녁
눈물자국 때문에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사람들과
따뜻한 국수가 먹고 싶다


* tirol's thought

이 세상의 눈물의 양엔 변함이 없지. 어디선가 누가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면 한쪽에선 눈물을 거두는 사람이 있으니 말이요. (The tears of the world are a constant quantity. For each one who begins to weep, somewhere else another stops.) - in Waiting for Godot by Bekette

이 세상의 눈물의 총량은 같다는 베케트의 말을 떠올려 본다.
큰 잔칫집 같은 세상의 어느 곳에선가 울고 있는 사람들.
내가 흘려야할 눈물을 대신 흘리고 있는 그 사람들.
나도 그들과 함께 따뜻한 국수를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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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프로필사진 정암 시 내용중에 '어둠이 허기같은 저녘 '이라는
    표현이 있는데,해설을 부탁드립니다.
    2020.10.04 16:20
  • 프로필사진 tirol 저는 ‘해설’을 해 드릴만한 역량도 자격도 없습니다만, ‘어둠’과 ‘허기’의 공통점을 한번 생각해보면 어떨까 싶네요. 천천히 어두워지는 저녁처럼 때가 되면 조금씩 깊어지는 허기, 나를 집어 삼킬 것 같은 허기처럼 사물의 모습을 집어삼키는 어둠, 쓸쓸하기도 하고, 고통스럽기도 하고, 아득하고 하고, 쉽게 채워질 것 같지 않은 허기, 또는 어둠. 시를 읽으시는 데 조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2020.10.05 07:4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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