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 읽어주는 남자

감옥 - 강연호

by tirol 2004. 7. 12.
감옥

강연호


그는 오늘도 아내를 가두고 집을 나선다
문단속 잘 해, 아내는 건성 듣는다
갇힌 줄도 모르고 노상 즐겁다
라랄라라 그릇을 씻고 청소를 하고
걸레를 빨며 정오의 희망곡을 들으며
하루가 지나간다, 나이 들수록 해가 짧아지네
아내는 제법 철학적이기까지 하다
상추를씻고 된장을 풀고 쌀을 앉히는데
고장난 가로등이나 공원 의자 근처
그는 집으로 가는 출구를 찾지 못해 헤메인다
그는 혼자 술을 마신다
그는 오늘도 집 밖의 세상에 갇혀 운다


tirol's thought

감옥의 안과 바깥은
어느쪽에서 잠그느냐에 따라 나뉜다.
바깥 쪽에서 잠그는 것이 감옥의 속성이며
안에서 잠그는 것은
감옥이 아니라 요새라고 부르는 편이 맞다.

그는 착각하고 있었을 뿐이다.
갇힌 것은 아내가 아니라 그다.
문을 잠그는 것은 아내다.
'그는 집 밖의 세상에 갇혀 운다.'

세상의 남편들이여,
오늘도 감옥문을 열어주는
아내들에게 감사하라.

'시 읽어주는 남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리하여 어느날, 사랑이여 - 최승자  (2) 2004.07.14
음악 - 이성복  (3) 2004.07.13
풀포기의 노래 - 나희덕  (0) 2004.07.09
달력 - 김광규  (0) 2004.07.07
獨居 - 이원규  (0) 2004.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