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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남자

바닥 - 이시영

by tirol 2018. 11. 25.

바닥


이시영



가로등은 심심하여 발밑을 헤적이다가

용기를 내어 은행나무 어깨에 손을 얹었다

깜짝 놀란 은행나무가 노오란 잎들을 우수수 쏟았다

가을이었다


<이시영, 호야네 말, 창비, 2014> 


* tirol's thought

2-3주쯤 지났으려나?

이 시가 실려있는 시집의 페이지를 사진으로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

'블로그에도 올려야지' 했는데 시간이 한참 흘렀다.

그 사이에 은행잎은 다 지고 어제는 '기상관측 이래 최대'라는 첫눈이 왔다.

가로등과 은행나무의 사랑 이야기가 어떻게 되어 가기에 이런 눈이 내린 걸까?

눈 다음에 어떤 사건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가로등과 은행나무의 시간, 그대와 나의 시간

기쁘거나 슬프거나 잊어버리거나 기억하거나 

시간은 성실하게 흐르고 흐르네

가을에서 겨울로. 겨울에서 봄으로.